• 헬레니즘시대 미술의 영향
  • 글 : 변재진 (아트뉴스온라인 대표)





    헬레니즘 시대 조각은 미술사에서 가장 귀중한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연주의 (naturalism)로 유명한 헬레니즘 시대의 조각은 조각가들이 완성도 있는 숙련된 조각기법을 개발한 시기입니다.


    오늘날, 헬레니즘 시대의 유물들은 세계 최고의 컬렉션에서 발견되고 있습니다. 그 중에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3대 대리석 조각작품인 사모트라케의 승리의 여신상('Winged Victory of Samothrace'), 미로의 비너스 (Venus de Milo), 라쿤과 그의 아들들 (Laocoön and His Sons)이 헬레니즘 시대에 탄생했습니다.

    보는 이에게 경외심을 불러일으키는 살아 숨 쉬는듯한 헬레니즘 시대의 대리석 조각에 대해서는 누구나 한번씩은 본 적이 있어서 친숙할 지 모르지만,  헬레니즘 시대 조각을 형성한 배경과 움직임에 대해 상세히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헬레니즘 시대는 언제인가 ?



    헬레니즘 시대는 기원전 323년부터 서기 31년까지 지속된 고대 그리스 시대였습니다. 이 시기 조각가들은 그리스 예술가들이 수백 년 동안 개발해 온 예술적 관심사인 자연주의를 추구했고, 거의 완성을 했습니다.

    자연주의적 조각의 기원은 8세기부터 기원전 500년까지 지속되었던 고대 그리스의 고대 시대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습니다. 이 초기 시기에 만들어진 조각들은 이전의 조각들보다 더 사실적인 작품을 제작했지만, 조각상의 자세는 딱딱하게 굳어 있고, 표정은 어색합니다. 이 당시 고대 조각가들은 일반적으로 두 가지 유형의 작품을 고수했습니다. 하나는 "남성 쿠로스 (청년입상 ; kouros) 또는 서 있는 나체 청년, 그리고 두번째 유형는 여성 코레 (Kore), 또는 서 있는 단정한 처녀의 입상"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입니다.



    Kouros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Kore 기원전 630년  (루브르 박물관)





    Kore (Medien), B.C. 630, Limestone, Height 62.3 cm, Louvre, Paris 






    그러나 이것은 고전시대 (Classical period)가 출현한 기원전 500년경부터 바뀌었습니다. 인간 해부학에 대한 세밀한 관심을 통해서 이상적이고 사실적인 인간의 움직임에 대한 인식을 하게 되었고, 고전시대 조각가들은 작품에서 완벽한 생명력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작가들은 작업의 주제를 쿠로스나 코레와 같은 일반적인 인물에서 신화에 등장하는 다양하고 신성한 상징적인 영웅과 인물로 바꾸었습니다.

    이러한 추세는 기원전 323년에 한 걸음 더 발전했습니다. 이때, 조각가들은 사실적인 형상을 만들기 위해 고전적인 기법을 채택했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거의 200년 동안 지속되었고, 헬레니즘 시대에 이르러  절정에 달했습니다.

    고전시대의 특성




    실제와 같은 미학을 실현하기 위해, 헬레니즘 조각가들은 세 가지 특징인 표현적인 움직임, 사실적 인체해부학, 그리고 화려하고 정교한 디테일 표현기법을 개발하여 능숙하게 작품에서 묘사하였습니다.





    표현운동



    이 시기의 작가들은 조각품을 최대한 인간적으로 보이게 하고, 움직임을 표현하기 위해 역동적인 실루엣과 선명한 형태를 사용했습니다. 표현적이고 과장된 움직임을 강조하는 성향은 이 시대의 가장 유명한 걸작 중 하나인 "라오콘과 그의 아들들" (Laocoon and His Son)에서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그리스 서사시에서 영감을 받은 이 조각상은 세 명의 인물의 신화 속의 인물, 트로이의 사제 라오콘과 그의 두 아들 안티판테스 ( Antiphantes)와 심브라우 (Thymbraeu)를 묘사하고 있는데, 그들은 한 쌍의 휘감은 뱀에게서 필사적으로 탈출하려고 하고 있다. 이들은 극적으로 뒤틀리고 몸부림치면서 벗어나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더욱 더 스스로를 얽어매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소용돌이치는듯 비틀린 몸짓으로 가득 찬 클라이막스 장면에서 조각상은 멈추져 있습니다. 생동하는 운동감을 표현하려는 헬레니즘 예술가들의 열정을 완벽하게 보여주는 드라마틱한 장면입니다.




    미술사가들은 이 조각상은  스타일과 주제 상으로 볼 때 기원전 200년 경 그리스의 퍼가몬이라는 도시에서 제작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오랜 세월을 땅속에 묻혀 있다가 1506년 로마의 포도밭에서 발굴되었고 현재는 바티칸 성당에 보존되어 있습니다.  

    현실적인 해부학

     운동감에 대한 집착은 또한 헬레니즘의 해부학에 대한 집중적인 관심을 갖게 하였습니다. "보편적이고 감정 없는 그리고 종종 경직된 자세에서 탈피하고 고전적인 모델들을 바탕으로 헬레니즘 예술가들은 실제 인간의 자세에서 영감을 받은 조각들을 만들었습니다. 비너스 (Venus de Milo)와 같은 인물상은 비현실적으로 직립한 자세를 취하기 보다는 비대칭적인 자세로 표현되었다. 콘트라포스토 (대비; contrapposto)라고 알려진 이 자세는 현실감 있게 체중을 비대칭적으로 분포 시켜서 S자 형태의 몸을 약간 뒤튼듯한 자세를 취하게 하여서 움직이는듯한 운동감을 표현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헬레니즘 예술가들은 자연스러운 포즈 외에도 실제 생동감 있는 인간의 몸을 똑같이 복제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헬레니즘 시대에 유행했던 이상화 되지 않은 신들의 조각에서 명백하게 나타나지만, 또한 보통 사람들의 조각상으로도 나타났습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새로운 국제 헬레니즘 환경의 직접적인 결과 중 하나는 초기 그리스 예술에서는 거의 전례가 없던 광범위한 주제들이었다"며 "괴물과 같은 비정통적인 주제들과 어린이와 노인들과 같은 더 전통적인 거주자들의 표현들이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교하고 세밀한 표현 

    헬레니즘 조각의 마지막 특징은 놀랍도록 세부적인 표현에 대한 관심입니다. 현실적인 해부학적 특징 외에도, 이 시기에 특히 인기 있었던 조각인 휘장과 옷 주름 표현에서 확연히 드러납니다.





    조각가들은 세 가지 주요 이유로 물결치는듯한 "직물"을 조형상으로 장식하는 것을 선택했는데, 조각상의 움직임을 강조하기 위해서, 조각의 실제와 같은 해부학적 윤곽을 강조하기 위해서 그리고 작가가 조각상이 마치 살아있는 것 같이 창조할 수 있는 고도의 조각 기술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물기를 머금은 옷주름" (wet drapery)이라고 알려진 이 조각기술은 고전기에 처음 등장했고 헬레니즘 예술가들에 의해 채택되고 완성되었습니다. 위의 사진속에 나오는 니케의 승리의 여신상의 옷 주름은 마치 물에 젖은듯한 얇은 옷이 바람에 불어 휘날리며 여신상의 다리를 휘감은 것처럼 보입니다. 이러한 운동감과 생동감이 넘치는 표현은 조각상이 마치 하늘로 날아 오르는듯한 느낌을 줍니다.  




    현대미술에 미친 영향

    수 세기 동안, 헬레니즘 조각은 살아 숨쉬는듯한 운동감과 생동감이라는 측면에서 후세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장르로 남아 있습니다. 르네상스 시대에도 해부학을 강조하는 헬레니즘 조각의 경향은 미켈란젤로와 같은 이탈리아 예술가들에 의해도 모방되었습니다; 바로크 시대에도 베르니니 (Bernini)는 역동적인 움직임에서 영감을 찾고는 했습니다.



    19세기 작가 지오반니 스트라차 (Giovanni Strazza) 



    그리고 19세기에, 지오반니 스트라차 (Giovanni Strazza)는 놀라운 베일 속의 성모상(Veiled Virgin)이라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물기를 머금은 옷주름"(wet drapery) 기술을 사용했습니다. 누가보아도 살아 숨쉬는듯한 인물상과 찰랑이는 투명한 베일을 조각한 기법은 헬레니즘 시대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지오반니 스트라차 (Giovanni Strazza)  Veiled Virgin





    헬레니즘 시대 조각의 영향은 현대작가들에게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너무나 많은 현대작가들이 인간의 신체와 움직임을 생동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현대작가 중 두사람의 작품을 선택하여 사례로 들어 보겠습니다.



    인간 신체의 미묘한 움직임을 청동으로 표현하는 현대작가 



                              코데르흐 & 말라비아 (Coderch & Malavia)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한 의도에 대한 토론이 끝난 후, 이 두 작가는 조각이 형태를 갖추도록 돕기 위해 일반적으로 실제 모델을 보면서 작업을 합니다. "복수의 규율이 필요하기 때문에 복잡한 부분은 작품 자체의 물리적 창작물을 조직하고 공유하는 것입니다."라고 그들은 말합니다. 





    이 두작가의 작품 속에서도 한 눈에 기원전 323년 헬레니즘 시대에 시작된 헬레니즘 조각작품의 영향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헬레니즘 미술의 생명력은 2300년이 지난 현대 미술 속에도 숨쉬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마도 헬레니즘 미술이 만들어낸 불꽃은 영원히 꺼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중국 현대여성 작가 (Luo Li Rong)



    몇년 전에 인터넷에서 크게 화제가 되었던  중국 작가 루오 리 롱 (Luo LI Rong)은  Academy of Fine Arts of Beijing에서 공부를 하였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위해서 몇개의 조각작품을 제작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녀의 작품은 정말 눈이 의심스러운 정도로 신비스러운 여인이 살아 숨쉬는 것과 같은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이야말로 헬레니즘 시대 조각가들이 추구하였던 살아 숨쉬는듯한 인간 형상 복제와 움직임을 실현한 작품이라고 느껴집니다. 













    하이퍼 리얼리즘 조각 



    살아 숨쉬는 듯한 인간의 형상을 조각하고, 운동감을 실현하려고 했던  헬레니즘 조각가들의 이상은 완벽한 인간의 형태를 복제한 현대 하이퍼 리얼리스즘 조각으로 연결시켜서 생각할 수 있습니다.



    2017년 2월 2일부터 8월 6일까지 코펜하겐 알칸 (ARKEN) 현대미술관에서 개최된 하이퍼리얼리즘 조각 전시회에는 하이퍼 리얼리즘 조각분야에서 유명한 31명의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였습니다. 전시제목은 "아이쿠 ! 이거 살아있어 ?" (Gosh ! Is It Alive ?)였는데 제목 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운 놀라움을 선사했다고 합니다. 현대 하이퍼리얼리즘을 가장 멋지게 설명할 수 있는 전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참여작가  

    Zharko Basheski (MK), Frank Benson (US), Berlinde de Bruyckere (BE), 
    Maurizio Cattelan (IT), Brian Booth Craig (US), John Davies (UK), 
    John DeAndrea (US), Keith Edmier (US), Carole A. Feuerman (US), 
    Daniel Firman (FR), Robert Gober (US), Robert Graham (US), 
    Duane Hanson (US), Uffe Isolotto (DK), Sam Jinks (AU), Allen Jones (UK), 
    Peter Land (DK), Tony Matelli (US), Paul McCarthy (US), Ron Mueck (AU), 
    Juan Muñoz (ES), Evan Penny (ZA), Patricia Piccinini (AU), Mel Ramos (US), 
    Jamie Salmon (UK), George Segal (US), Marc Sijan (RS), Kurt Trampedach 
    (DK), Anna Uddenberg (SE), Xavier Veilhan (FR) and Erwin Wurm (AT).





    John DeAndrea, Lisa, 2016



    과학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로봇기술과 인공지능이 급격히 성장하게 됨에 따라 과연 인권이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가 중요한 시대적인 토론의 주제가 되었습니다. 하이퍼리얼리즘은 현재 현대미술에서 정말로 중요한 경향의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전시에는 마우리지오 카텔란 (Maurizio Cattelan), 토니 마텔리 (Tony Matelli), 그리고 전시회의 주요작품인 5미터 크기의 조각 "2006년에서 온 소녀" (A Girl from 2006)이라는 작품을 제작한 론 무에크 (Ron Mueck)가 있습니다.




    Jamie Salmon, Lily, 2013.



     
    전시에는 마우리지오 카텔란 (Maurizio Cattelan), 토니 마텔리 (Tony Matelli), 그리고 전시회의 주요작품인 5미터 크기의 조각 "2006년에서 온 소녀" (A Girl from 2006)이라는 작품을 제작한 론 무에크 (Ron Mueck) 등이 있습니다.






        Sam Jinks, Untitled (Kneeling Woman) 2015. Courtesy the artist and Sullivan+Strumpf,


        Sydney 


    전시회의 하이퍼리얼리즘 조각과 조우하면 마치 다른 인류와 가까이 있는 것과 같은 실존에 대한 몸서리 쳐질 정도의 두려움을 느끼게 됩니다. 생과 죽음, 실제와 환상, 인간과 기계라는 큰 범주들을 다루고 있는 작품들은 충격적이고 놀라운 경험입니다. 하이퍼 리얼리즘 조각의 전형이 된 과장된 리얼리즘은 인류의 꿈인 자기창조와 관련이 되어 있습니다. 휴머노이드 로봇, 분신, 변종생물 등은 프랑크 스타인에서부터 터미네이터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호러영화, 공상과학영화에서 등장을 하기도 합니다.


     
         Patricia Piccinini, Newborn, 2010. Courtesy of the artist & Roslyn Oxley9 Gallery, Sydney




    완벽한 복제를 통한 영생이라는 꿈 혹은 악몽은 로봇과학, 생명공학, 복제과학과 인공지능, 하이퍼 리얼리즘 예술이라는 다학문적인 분야로 결합되면서 실현될 것 같습니다. 하이퍼 리얼리즘은 1960년대 추상표현주의 그리고 유사한 현상인 팝아트와 개념미술의 영향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아이디어는 사회적 리얼리즘으로 일상과 실제세계에서 예술적인 표현공간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몇몇 예술가들이 실제 인간과 놀라울 정도로 같은 조각을 제작하였습니다. 하이퍼리얼리즘 조각은 무형적인 환상을 실질적인 형상으로 완성을 한 것입니다.




    Tony Matelli, Josh, 2010. Courtesy the artist and Gary Tatintsian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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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날 : [21-07-26 22:47]
    • 변재진 기자[joypyun@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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